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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201204-05 'simple&unique' 착장과 쇼핑 빛나는 하루

5월 1일 로동절 기념 착장.
날씨가 좋아서 살랑살랑 치마입고 나갔다. 감독님 내외께서 사주신 맛난 저녁 먹고 스마오텐제(世贸天阶)의 대륙스케일 초대형 전광판에 불 들어오는거 보면서 맥주마시고 그랬다.   
내 스타일의 모토는 'simple&unique'. 치마로만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 아이템은 무난한 걸로 택했다. 치마는 어울리는 상의가 없어 거의 못입고 다니다가 한국에서 사온 흰 셔츠와 매치시켜 보았다. 흰색 컨버스는 이글루스 벼룩에서 저렴하게 구입해서 잘 신고 다니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흰색 컨버스는 진리다. 가방은 2년전에 H&M에서 구입한 거. 너무 내 스타일의 가방이랑 시도때도 없이 들고다녔더니 이젠 너덜너덜하다. 그 때 두 개 샀어야 했어 ㅜㅜ 엉엉  다른 착장도 많은데 핸드폰에 있어서 다음 기회에...

여름같은 봄이 왔다. 우리 동네가 유명 카페&바 거리다 보니 밤에 동네 분위기가 아주 좋다. 거리에 천 하나 깔아놓고 신발이며 가방이며 옷이며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날씨 좋다고 산책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포풍쇼핑 ㅠㅠ

호우하이(后海) 골목의 내 단골 가방집에서 산 나의 콜렉션들. 천가방을 전문 가게로, 맨 왼쪽의 하늘색 가방을 제일 처음 샀었다. 바닥이 둥근 것도 예쁘고 은근 수납도 좋아서 여름에 주구장창 들고다녔다. 좋아하는 건 여러개씩 사는 습관 덕에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무늬의 아이를 업어왔더니 어느새 식구가 늘었...오른쪽의 두 개가 최근에 산 것. 원래 개당 70원 이었는데 75원으로 올랐다. 내 가방들 말고 전에 친구들 선물로도 자주 사갔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단골이라고 나는 70원에 해주셨다능 ㅋ 파우치는 35원, 안의 수납공간도 잘 되어 있고 천도 좋아서 또 사재기ㅋ. 그래도 가방 네 개는 좀 많은 것 같아 다음에 한국 들어가면 평소에 잘 안들고다니는 2번째 가방은 벼룩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나는 귀걸이 외에 다른 악세사리를 일절 하지 않는다. 덕분에 귀걸이는 매우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다. 
왼쪽 위는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라 구입했지만, 생각보다 잘 안하고 다니고 있다. 오른쪽 위의 귀걸이를 제일 마음에 들어 했는데 세번째 하고 나갔을 때 한쪽을 잃어버렸다...ㅠ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귀걸이 잃어버리는 건데 엉엉. 정말 드물게 마음에 들었던 귀걸이라 완전 기분 상했음. 왼쪽 아래 귀걸이는 네 개 중에 제일 비쌌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2000원정도, 나머지는 6000원선. 중국도 더이상 싸지가 않아...화려해서 자주 하지는 않지만 예쁘긴 예쁘다. 오른쪽 아래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귀걸이라 애지중지 하고 있다. 나는 아직 금귀걸이나 은귀걸이보다 컬러가 들어간 귀걸이가 좋다. 특히 블랙계열이 심하게 좋다. 이제 슬슬 금을 좋아할 나이도 되었는데...아직까지는 그렇게 땡기지 않는 듯. 캐주얼한 귀걸이가 좋다.  
H&M에서 구입한 티셔츠. 한국에서는 절대 H&M에서 옷을 안사는데, 북경만 왔다하면 거의 여기서 쇼핑을 한다. 쓸데없이 비싼 ZARA나 디자인이 약한 유니클로보다는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이라... 왕푸징에서 Forever21 오픈 준비중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티셔츠는 제질이 보들보들 실크 느낌이 나서 좋았다. 139원 치고는 꽤 고급스러운 느낌. 마음에 들어서 또 두 장 살까 하다가 자제했다ㅋ 돈도 없으면서 두 장는 개뿔...
계산대에서 줄서고 있다가 발견한 꽃핀. 머리핀으로 좋고 옷에 장식으로도 쓰기 좋아서 39원에 구입했....는데 그새 하나 잃어버림ㅋ 바보 인증.  
여름 샌달 신고 포풍 쇼핑하고 돌아와서 파라핀 마스크로 발 관리 중.
날씨도 좋고 거리마다 복작복작 분위기도 좋고. 요즘 난로구샹(南锣鼓巷)에서 구이지에(鬼街)를 지나 동즈먼(东直门)까지 설렁설렁 산책하는데 재미 붙였다 >ㅅ<

수원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분들께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그 때 이러지만 않았다면,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살면서 후회가 남는 일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번 일은 사람의 목숨이 걸렸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범인을 잡아서 다행이지만 범인을 잡은 후의 언론의 행태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포털사이트의 기사제목만 봐도 역겹기 그지없다. 온통 자극적인 제목들뿐이다.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가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분위기만 흉흉하게 몰아가고 있다.

이틀전에 장률 감독의 영화 <두만강>을 봤다. <두만강>에 대한 기사 중 이번 일과 관련지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첨부한다. 아래 링크의 전문을 읽기를 추천한다.  

‘두만강’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사는 조선족과 탈북자가 처음에는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이다가, 탈북자들이 조선족 마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서 조금씩 인간 본연의 심성이 드러나 반목(反目)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 안에서 ‘조선족’과 ‘탈북자’라는 집단이 보이고, ‘어른’과 ‘아이들’이라는 집단이 보이고,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라는 집단이 드러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의 시선이 영화를 불편하게 만든다. 어느 새, 관객들은 영화속 흐름과 인물들을 이분법으로 나눈다. 인물들은 ‘박씨’ ‘이씨’ 등의 개별 존재가 아니라, 어느 새 ‘탈북자’ ‘조선족’이라는 집단에 포함되어 인식되어진다.

“아이들이 조선족과 탈북자의 나눠서 보는 것도 집단의 시선으로 봐서 그렇다. 어디든 선과 악이 있다. 이 마을 저 마을도 있고, 한국은 지역감정이 있다. 계속 이분법으로 생각하니 그런거다. 이쪽도 좋은 사람이 있고, 저쪽도 좋은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불편하거다. 자기 사람만 보고 싶고, 보게 된다. 또 어른들의 계산된 시선으로 봐서 그렇다. 어른들은 현실을 계산한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순수하기 때문에 목숨까지 던지는거다. 현실 그대로를 보여줘야지, 아름답게 영화를 만들려면 더 나쁜 놈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ent&arcid=1301141014&cp=nv

이번 사건의 인터넷 덧글을 살펴보면 '짱개들 너네 나라로 꺼져라'가 대세다. 인간의 역사가 집단의 역사인 만큼 집단을 벗어나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정만 앞세워 돌부터 던지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극적인 타이틀로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고 문제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되짚어 볼 때이다.  
아래 링크는 아빠늑대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해 온 것이다. 이번 사건 이후 불거진 외노자에 대한 반감 문제를 잘 정리해주셔서 링크를 건다.

개인적으로 불법체류자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본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사람과 부닥거리는 맛이. 花樣年華

중국으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바로 일을 시작했다. 한국 감독님이 연출하시는 멜로 영화다. 일이란게 다들 그렇듯이 때론 피곤하고 짜증나고 그렇다.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일이던가. 사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논문이 제일 중요하니까 간단한 아르바이트말고는 일에 집착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도 일하니까 좋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상황, 저런 상황 마주쳐가며 사소하게 배우는 것이 많다. 같이 일하는 감독님, 조감독님, 중국 제작부, 시나리오 작가, 다들 좋은 느낌의 사람들이다. 아직 시작단계라 그럴 수도 있지만ㅋㅋㅋ 사람 많이 가리는데 느낌이 좋았다. 궁시렁거리긴 해도 생각보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하고 있다. 즐거운 일이든 짜증나는 일이든 어쨌거나 이런게 사람과 부닥거리는 맛이란 건가보다 하면서. 인생에서 결국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게 제일 많은 것 같다. 

일요일에는 지난 번 영화에서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홍콩 스태프가 메인이어서 북경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데이터 매니저 Jenny, 미술부 퍼스트 Erica, 의상팀 팡보, 제작부  Amy, 스크립터 Joe. Erica와 Joe가 북경에 온 소식을 듣고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법 큰 영화라 스태프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내 또래의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냈다. 나처럼 현장이 처음이거나 몇 번의 경험이 있거나, 우리는 다들 시작하는 단계의 애송이들이다. 영화 한 편 같이 했다는 공통점 밖에 없어서 4개월만에 만난 우리 사이에는 가끔 어색함 침묵도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고 술이 들어가고 어색함을 섞어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4개월, 또 4개월이 지나면 우리들 사이의 공통 화제는 쪼개고 쪼개고 난 뒤 남은 몇 조각의 추억 뿐일거다. 어색하든 말든 얼굴보면 일단 울컥 밀려오는 반가움은 진짜라고 생각한다. 아직 낭만이 있고 열정이 있는 아이들이다. 우리 나중에 잘 돼서 꼭 다시 다같이 모여 영화찍자고, 으쌰으쌰 그러는데 괜시리 울컥했다. 
나는 아직도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제만큼은 고민은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분위기를 즐겼다. 그 날 따라 날씨도 유난스레 좋았다. 좋은 인연들, 기억에 남을 봄날이었다.  

[영화]중국에서 <만추> 개봉 2주차 반응 花樣年華

3월 23일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중국 전역에 개봉했다. 이 중국 상영 때문에 한국에서 DVD 출시가 늦어졌던 것 같다. 어쨌든 덕분에 지난 1년간 한국 개봉 시 미리 <만추>를 보았던 수혜자로 지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게 봐서 중국에서 개봉하게 되어 나까지 설레였다. 

개봉 첫 주, 개봉 3일만에 중국에 정식으로 개봉했던 여타 한국영화의 흥행수입을 넘어서면서 중국내 한국 영화인들이 술렁했다. <만추>가 중국에서 이 정도로 해낼지는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일단 중국 시장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한국영화에게는 너무 어렵다. 중국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 5위권 안으로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먼저 중국내에서 원선(극장체인)에 진입 가능한 해외영화의 편수가 20편으로 제한되어 있고(이제 34편으로 늘어나긴 하다만은...), 그나마도 거의 헐리우드 영화뿐이다. 한국영화의 매니아는 분명 존재하지만,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답게 '한국영화는 다운로드해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앞서 말한대로 상영편수 제한 문제와 함께 등급제가 없는 것도 주요한 진입장벽 중에 하나이다. 중국의 까다로운 심의 규정에서는 드라마나 로맨스물외의 다른 장르가 개봉하기 어렵다. 아저씨가 개봉했지만
그러니까 합작을 하여 '중국영화'로 개봉하지 않는 한, 순수 한국영화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수익을 내기에는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다. 또 <만추>의 한국 반응이 예상외로 저조했단 점을 생각하면 중국에서 <만추>의 성공을 점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만추>가 일을 냈다. 상영 첫주에만 2775만위안을 벌어들였고, 둘째주에는 2440만 위안을 더하여 2주차에 5200만 위안의 기록을 세웠다. 물론 중국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첫 주 2위, 둘째주 3위로 높은 편이지만, 3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순위가 잘나왔다. 냉정하게 보자면 제작비 규모를 떠나서 러프하게, 중국에서 대박났다는 영화가 1억 위안을 기준점으로 하니까 평타를 치고 있는 정도이다. 그렇다고해도 상당히 고무되는 현상임은 틀림없다. 미국 영화외에 중국 시장에서 이정도로 선전한 외국영화는 얼마 없다.   

<만추>의 흥행 요인을 몇가지 꼽아보았다. 일단 <만추>가 원작이 좋다. '감옥에서 휴가를 나온 여자가 남자를 만나 짧은 시간에 불꽃같이 타오르는 사랑을 한다' 한 줄로 정리되는 스토리라인은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김태용 감독 버젼 <만추>의 세련된 포스터와 스틸이 개봉전부터 중국사람들의 기대도를 높였다. 
개봉시기도 잘 잡았다. 비수기 시장을 공략하여 주목도를 높인 것도 흥행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탕웨이와 현빈의 스타파워가 컸다. 탕웨이가 이 영화로 한국에서 상도 받고, 인기도 많다는 사실이 중국국민들의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본다. KARA가 일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내의 반응이 뜨거워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륙에서의 현빈의 인지도와 인기가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높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한국과 비슷하다. '지루하다'와 '매우 좋다'의 양극화랄까. 절제되었지만 또 세련된 화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또 큰 매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인들은 '한국영화답게 세련되었다'던지 '유럽영화같다'는 평을 해주더라. 문제는 영화의 느린 호흡과 멜랑꼴리한 정서가 현재 중국 상업영화의 트랜드와는 정반대에 있다는 점이다. 일부의 관객들은 이런 점에서 신선한 매력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만은...
이런 점에서 <만추>의 상영 2주전에 개봉한 <도저(桃姐:타오지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콩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허안화(许鞍华:쉬안화)의 신작인 이 작품 역시 7000만 위안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유덕화의 인지도가 한 몫했을테지만, 이 영화의 선전 역시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허안화 감독은 영화사책에도 실리는 유명한 '예술영화' 감독이다. 그녀의 작품이 그동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도저>는 좋은 완성도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면서 수수하지만 의미있는 선전을 했다. 덕분에 <만추>를 논할 때 <도저>가 자주 같이 언급되고 있다. 단 두편으로 속단하기 이르지만, 중국 영화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를 살짝 희망해본다. 투자과열로 작년 중국 영화 시장은 수많은 함양미달의 작품들로 채워지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중국개봉 때 다시 한번 이 영화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M-time(时光网)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의 블로그대담에 초청 되어 개봉 다음 날인 3월 24일 완다CBD점에서 영화를 관람했었다. 처음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나의 평가는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애나만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들었다. 탕웨이가 눈동자를 또로록 굴릴 때, 입가를 실룩실룩일 때,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내 눈에 쏙쏙 박혀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어떤 이론이나 이성적 관점에서 정의할 수가 없다. 다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나를 따라 걸었고, 영화의 엔딩에서는 그냥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슬그머니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약 일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극장에 앉아 <만추>를 보면서, 나는 또 한번 감상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관람, 영화가 시작하자 나는 내가 이 영화를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오랫동안 기억에 머무는 영화다. 나는 어떤 영화들은 아무래 재미있게 봤어도 나중에는 그다지 기억을 못한다. 그런데 대사도 별로 없는 이 영화는 소리가, 화면이, 인물들이 내 기억속에 나도 모르게 콕콕 박혀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 더욱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느꼈다. 화면에서 느껴지는 여백의 미와 세심한 현실적 사운드들이 영화관에서 제 빛을 발할 것 같다.

중국관객들도 한국관객과 반응이 비슷했다. 놀이공원 더빙 장면, 현빈이 중국어로 '좋다''나쁘다'고 하는 장면, 장례식에서 탕웨이 감정표출 장면에서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졌다. '좋다''나쁘다'장면에서 중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완전히 영화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대단히 낯선 영화다. 이야기, 리듬, 화면, 음악, 대사. 심지어 익숙한 배우들까지 익숙하지 않게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전하는 감정에는 분명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호감인 반응이고, 잠온다는 반응도 많다..

2주차에도 낮은 드롭률을 보이며 흥행에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4월초라 슬슬 시장이 발동이 걸릴 때가 됐다. 신작들 사이에서 얼마나 버티냐가 관건인데 못해도 6500은 안가려나...이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써는 한 9000까지 찍어줬으면 좋겠지만 3주차부터는 극장수가 줄 것 같아서...ㅠㅠ 그나저나 이 영화 분장인지 매단인지 모르겠다.    

아래의 내용은 M-time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려다가 말았다. 너무 길다. A4용지로 10장은 된다. 최근 며칠동안 말그대로 폭풍 시나리오 번역을 해서 당분간 번역하기가 싫다 ㅠㅜ 
http://i.mtime.com/mtimereview
나랑 중국전매대학 교수님이시자 영화평론가인 범소청(范小青)교수님, M time 한국영화 담당 기자 장천가(张荐嘉),  현희호(玄曦皓), Mtime부편집장 하범(何帆)씨와 전매대학 박사생 정보영씨가 함께 했다. 범교수님이 영화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시고, 장과 현이 감상을 말하고, 나는 한국쪽 반응이나 부연설명을 하는 식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만추>빠예요~탕웨이빠예요~했고...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만추> 좋다는 분위기로 흘러서 밑에 댓글들이 "너무 칭찬만 하는거아냐?'라는 반응들이 좀 보인다.
인터뷰중에 재미있는 말을 몇 개 꼽자면, "범교수님이 이 영화는 말하자면 자장면이 아니라 프랑스 요리나 채식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이나 한국에서도 주류적이지 않은, 사치품과 같은 영화다."고 하셨고, 현은 버스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결말이 원작만큼 비극적인 분위기가 아니라서 실망이었다, 고 했다. 영화중간 환상장면을 마술적 리얼리즘이랑 연결시켜서 이야기 하고, 탕웨이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현이 탕웨이 대사처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해서 재미있었다. 나는 탕웨이 대사처리도 너무 좋았는데, 중국인에게는 틀리게 들리나보다. 뒤에는 오랜만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다 보니 합작영화이야기를 했다.  

Mtime 편집진이 내 또래라 끝날 때쯤엔 친해져서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화 상영 중에 한 7살쯤 하는 아이가 한 시간동안 영화관을 싸돌아다녔다. 계속 말하고 뛰어다니고...여기가 운동장이냐? 엉? 난 한 번 본 영화인데도 이런식으로 방해받으니까 정말 짜증이 났다. 한 마디 하고 싶었는데 얘가 하도 돌아다니니까 부모가 어디에 앉았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영화 끝나고 아이 엄마 찾아가서, 그것도 웃긴게 그 가족들도 쪽팔리는 거 아는지 불켜지자 마자 쏜쌀같이 도망가더라. 하여튼, 번개처럼 사라지는 바람에 그냥 나왔다가 로비에서 그 아이와 딱 마주쳤다. 그래서 얘 아까 영화관에서 뛰어다는 애 아이냐, 당신들이 부모냐, 이러고 물으니까 우물쭈물 그렇다고 하더라. 나는 부모한테 아이가 너무 뛰어다녀서 내 영화 감상을 방해받았다, 아이가 통제가 안되면 영화관에 오는 건 민폐가 아니냐, 애들용 영화도 아닌데, 라고 했더니 오히려 나한테 눈을 부라리고 삿대질을. 헛헛헛. ㅈㄴ 신선한 경험이었다. 덤빌테면 덤벼 분기탱천하다가 일행이 '저란 사람들은 어차피 말길을 못 알아 먹는다'고 나를 끌고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일행이랑 그날 처음만난 Mtime편집진이다(...) 좋은 사람들이다. 난 영화관에서 영화볼때 전화받는 인간들도 싫어한단말야...더군다나 이 영화는 사운드 하나 하나가 중요하단 말이다..................  

[책]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생활의 발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10점
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

책의 말미에 있는 최재봉 한겨례 문학전문기자의 발문에 크게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이 90년대에 나왔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15년전의 책을 읽으면서도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는 충격이었다.

소설은 이혼한 소설가 혜완을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혜완과 경혜와 영선은 고등교육을 받은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었다. 그들은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어느 순간, 소설이 시작된다. 일상의 타성에 젖어 애써 못 본척했던 응어리가 터져나오던 순간. 영선의 분출은 혜완의 과거를, 경혜의 현재를 그리고 이들 모두의 미래를 되짚게 한다.

혜완이 거의 작가 본인으로 보인다. 덕분인지 감정의 디테일이 좋았다. 공지영 작가의 글은 어렵지 않고 이야기가 재미있어 술술 읽힌다. 그의 소설이 계속해서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다소 격렬하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이 소설이 지적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생태의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책. 내가 감상을 쓸 때 즐겨쓰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야 책의 결을 제대로 훑을수 있다는 말도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영화 <봄날은 간다>나 <생활의 발견>를 20대 초반에 보았을 때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서른즈음 되니까 그 영화의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그렇게 가슴에 콕콕 박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하지만 나의 나이와 결혼과 앞으로의 나의 일을 매일같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이 끝에 닿은 것은 마치 끝없는 터널속으로 들어가는 것 처럼 어둠뿐이다. 소설은 세 명의 여성을 통해서 어둠속에 숨겨진 세 가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세가지 가능성 중에 어느 것도 터널 저편의 빛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책을 읽고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제목을 되새겨본다.

http://temboy.egloos.com2012-04-04T04:04:4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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