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중국 전역에 개봉했다. 이 중국 상영 때문에 한국에서 DVD 출시가 늦어졌던 것 같다. 어쨌든 덕분에 지난 1년간 한국 개봉 시 미리 <만추>를 보았던 수혜자로 지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게 봐서 중국에서 개봉하게 되어 나까지 설레였다.
개봉 첫 주, 개봉 3일만에 중국에 정식으로 개봉했던 여타 한국영화의 흥행수입을 넘어서면서 중국내 한국 영화인들이 술렁했다. <만추>가 중국에서 이 정도로 해낼지는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일단 중국 시장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한국영화에게는 너무 어렵다. 중국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 5위권 안으로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먼저 중국내에서 원선(극장체인)에 진입 가능한 해외영화의 편수가 20편으로 제한되어 있고(이제 34편으로 늘어나긴 하다만은...), 그나마도 거의 헐리우드 영화뿐이다. 한국영화의 매니아는 분명 존재하지만,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답게 '한국영화는 다운로드해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앞서 말한대로 상영편수 제한 문제와 함께 등급제가 없는 것도 주요한 진입장벽 중에 하나이다. 중국의 까다로운 심의 규정에서는 드라마나 로맨스물외의 다른 장르가 개봉하기 어렵다. 아저씨가 개봉했지만
그러니까 합작을 하여 '중국영화'로 개봉하지 않는 한, 순수 한국영화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수익을 내기에는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다. 또 <만추>의 한국 반응이 예상외로 저조했단 점을 생각하면 중국에서 <만추>의 성공을 점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만추>가 일을 냈다. 상영 첫주에만 2775만위안을 벌어들였고, 둘째주에는 2440만 위안을 더하여 2주차에 5200만 위안의 기록을 세웠다. 물론 중국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첫 주 2위, 둘째주 3위로 높은 편이지만, 3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순위가 잘나왔다. 냉정하게 보자면 제작비 규모를 떠나서 러프하게, 중국에서 대박났다는 영화가 1억 위안을 기준점으로 하니까 평타를 치고 있는 정도이다. 그렇다고해도 상당히 고무되는 현상임은 틀림없다. 미국 영화외에 중국 시장에서 이정도로 선전한 외국영화는 얼마 없다.
<만추>의 흥행 요인을 몇가지 꼽아보았다. 일단 <만추>가 원작이 좋다. '감옥에서 휴가를 나온 여자가 남자를 만나 짧은 시간에 불꽃같이 타오르는 사랑을 한다' 한 줄로 정리되는 스토리라인은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김태용 감독 버젼 <만추>의 세련된 포스터와 스틸이 개봉전부터 중국사람들의 기대도를 높였다.
개봉시기도 잘 잡았다. 비수기 시장을 공략하여 주목도를 높인 것도 흥행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탕웨이와 현빈의 스타파워가 컸다. 탕웨이가 이 영화로 한국에서 상도 받고, 인기도 많다는 사실이 중국국민들의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본다. KARA가 일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내의 반응이 뜨거워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륙에서의 현빈의 인지도와 인기가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높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한국과 비슷하다. '지루하다'와 '매우 좋다'의 양극화랄까. 절제되었지만 또 세련된 화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또 큰 매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인들은 '한국영화답게 세련되었다'던지 '유럽영화같다'는 평을 해주더라. 문제는 영화의 느린 호흡과 멜랑꼴리한 정서가 현재 중국 상업영화의 트랜드와는 정반대에 있다는 점이다. 일부의 관객들은 이런 점에서 신선한 매력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만은...
이런 점에서 <만추>의 상영 2주전에 개봉한 <도저(桃姐:타오지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콩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허안화(许鞍华:쉬안화)의 신작인 이 작품 역시 7000만 위안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유덕화의 인지도가 한 몫했을테지만, 이 영화의 선전 역시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허안화 감독은 영화사책에도 실리는 유명한 '예술영화' 감독이다. 그녀의 작품이 그동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도저>는 좋은 완성도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면서 수수하지만 의미있는 선전을 했다. 덕분에 <만추>를 논할 때 <도저>가 자주 같이 언급되고 있다. 단 두편으로 속단하기 이르지만, 중국 영화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를 살짝 희망해본다. 투자과열로 작년 중국 영화 시장은 수많은 함양미달의 작품들로 채워지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중국개봉 때 다시 한번 이 영화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M-time(时光网)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의 블로그대담에 초청 되어 개봉 다음 날인 3월 24일 완다CBD점에서 영화를 관람했었다. 처음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나의 평가는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애나만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들었다. 탕웨이가 눈동자를 또로록 굴릴 때, 입가를 실룩실룩일 때,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내 눈에 쏙쏙 박혀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어떤 이론이나 이성적 관점에서 정의할 수가 없다. 다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나를 따라 걸었고, 영화의 엔딩에서는 그냥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슬그머니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약 일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극장에 앉아 <만추>를 보면서, 나는 또 한번 감상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관람, 영화가 시작하자 나는 내가 이 영화를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오랫동안 기억에 머무는 영화다. 나는 어떤 영화들은 아무래 재미있게 봤어도 나중에는 그다지 기억을 못한다. 그런데 대사도 별로 없는 이 영화는 소리가, 화면이, 인물들이 내 기억속에 나도 모르게 콕콕 박혀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 더욱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느꼈다. 화면에서 느껴지는 여백의 미와 세심한 현실적 사운드들이 영화관에서 제 빛을 발할 것 같다.
중국관객들도 한국관객과 반응이 비슷했다. 놀이공원 더빙 장면, 현빈이 중국어로 '좋다''나쁘다'고 하는 장면, 장례식에서 탕웨이 감정표출 장면에서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터졌다. '좋다''나쁘다'장면에서 중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완전히 영화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 대단히 낯선 영화다. 이야기, 리듬, 화면, 음악, 대사. 심지어 익숙한 배우들까지 익숙하지 않게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전하는 감정에는 분명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호감인 반응이고, 잠온다는 반응도 많다..
2주차에도 낮은 드롭률을 보이며 흥행에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4월초라 슬슬 시장이 발동이 걸릴 때가 됐다. 신작들 사이에서 얼마나 버티냐가 관건인데 못해도 6500은 안가려나...이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써는 한 9000까지 찍어줬으면 좋겠지만 3주차부터는 극장수가 줄 것 같아서...ㅠㅠ 그나저나 이 영화 분장인지 매단인지 모르겠다.
아래의 내용은 M-time 인터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려다가 말았다. 너무 길다. A4용지로 10장은 된다. 최근 며칠동안 말그대로 폭풍 시나리오 번역을 해서 당분간 번역하기가 싫다 ㅠㅜ
http://i.mtime.com/mtimereview나랑 중국전매대학 교수님이시자 영화평론가인 범소청(范小青)교수님, M time 한국영화 담당 기자 장천가(张荐嘉), 현희호(玄曦皓), Mtime부편집장 하범(何帆)씨와 전매대학 박사생 정보영씨가 함께 했다. 범교수님이 영화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시고, 장과 현이 감상을 말하고, 나는 한국쪽 반응이나 부연설명을 하는 식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만추>빠예요~탕웨이빠예요~했고...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만추> 좋다는 분위기로 흘러서 밑에 댓글들이 "너무 칭찬만 하는거아냐?'라는 반응들이 좀 보인다.
인터뷰중에 재미있는 말을 몇 개 꼽자면, "범교수님이 이 영화는 말하자면 자장면이 아니라 프랑스 요리나 채식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이나 한국에서도 주류적이지 않은, 사치품과 같은 영화다."고 하셨고, 현은 버스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결말이 원작만큼 비극적인 분위기가 아니라서 실망이었다, 고 했다. 영화중간 환상장면을 마술적 리얼리즘이랑 연결시켜서 이야기 하고, 탕웨이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현이 탕웨이 대사처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해서 재미있었다. 나는 탕웨이 대사처리도 너무 좋았는데, 중국인에게는 틀리게 들리나보다. 뒤에는 오랜만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다 보니 합작영화이야기를 했다.
Mtime 편집진이 내 또래라 끝날 때쯤엔 친해져서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화 상영 중에 한 7살쯤 하는 아이가 한 시간동안 영화관을 싸돌아다녔다. 계속 말하고 뛰어다니고...여기가 운동장이냐? 엉? 난 한 번 본 영화인데도 이런식으로 방해받으니까 정말 짜증이 났다. 한 마디 하고 싶었는데 얘가 하도 돌아다니니까 부모가 어디에 앉았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영화 끝나고 아이 엄마 찾아가서, 그것도 웃긴게 그 가족들도 쪽팔리는 거 아는지 불켜지자 마자 쏜쌀같이 도망가더라. 하여튼, 번개처럼 사라지는 바람에 그냥 나왔다가 로비에서 그 아이와 딱 마주쳤다. 그래서 얘 아까 영화관에서 뛰어다는 애 아이냐, 당신들이 부모냐, 이러고 물으니까 우물쭈물 그렇다고 하더라. 나는 부모한테 아이가 너무 뛰어다녀서 내 영화 감상을 방해받았다, 아이가 통제가 안되면 영화관에 오는 건 민폐가 아니냐, 애들용 영화도 아닌데, 라고 했더니 오히려 나한테 눈을 부라리고 삿대질을. 헛헛헛. ㅈㄴ 신선한 경험이었다. 덤빌테면 덤벼 분기탱천하다가 일행이 '저란 사람들은 어차피 말길을 못 알아 먹는다'고 나를 끌고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일행이랑 그날 처음만난 Mtime편집진이다(...) 좋은 사람들이다. 난 영화관에서 영화볼때 전화받는 인간들도 싫어한단말야...더군다나 이 영화는 사운드 하나 하나가 중요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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